인텔은 HOT CHIPS 컨퍼런스에서 현세대 나이츠 랜딩의 뒤를 잇는 차세대 제온 파이 "나이츠 밀"의 개요를 발표했습니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부터. 나이츠 밀은 기본적으로 나이츠 랜딩과 같은 실버몬트 아키텍처 기반으로, 2-way 비순차수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틀은 같습니다. 그러나 백엔드 단에서의 포트 구성이 다소 변경되었는데 전통적인 슈퍼컴퓨팅에서 활용되는 '높은 정밀도', 즉 배정밀도 연산유닛이 절반으로 줄어든 대신 그 여유분을 머신러닝 등에서 활용되는 '낮은 정밀도', 즉 단정밀도 / 반정밀도 등으로 돌려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 결과 나이츠 밀은 나이츠 랜딩의 절반 수준의 배정밀도 연산성능을 갖지만 단정밀도 연산성능은 두 배 높고, 반정밀도 연산성능은 네 배 높아져 머신러닝 시장을 명확히 겨냥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한계 역시 뚜렷한데, 배정밀도 연산성능이 중시되는 전통적 슈퍼컴퓨팅에는 여전히 나이츠 랜딩이 현역으로 팔리겠죠.

 

 

SoC 구조는 나이츠 랜딩과 비슷한 메쉬 구조이지만 타일 배치나 다이 면적 등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슬라이드상으로는 나이츠 밀에 36개의 "2코어 타일"이 배치된다고 나타나 있죠. 즉 72코어 구성이라는 얘기인데 나이츠 랜딩은 네이티브 76코어(=38타일)를 탑재했고 거기서 수율상 문제로 일부를 비활성화한 채 출시되고 있습니다. 위 슬라이드의 72코어가 이런 비활성화를 거친 결과물인지 네이티브 코어 수인지는 아직 불명입니다.

 

 

재미있는 특징은 온-패키지로 탑재되는 고대역 메모리 MCDRAM을 두가지 모드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캐시 모드'는 MCDRAM이 시스템 메모리(DRAM)의 상위 계층의 캐시처럼 동작하는 것인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Inclusive 캐시" 로 활용되는 것이죠. 이 경우 총 메모리 공간상의 이득은 없지만 자주 사용되는 코드를 삽입해 두고 씀으로써 성능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전통적인 활용방식.

 

눈여겨볼 것은 '플랫 모드' 입니다. 이 모드 하에서 MCDRAM은 DRAM과 평행한 위계처럼 활용되는데, 정확히는 "Exclusive 캐시"로 활용되는 것입니다. 즉 총 메모리 공간상의 이득을 볼 수 있고, 단순히 메모리가 추가된 것 이상의 성능향상 역시 있습니다. ('자주 안 쓰이는 코드'를 DRAM으로 방출함으로써 MCDRAM 내의 '자주 쓰이는 코드' 농도를 높여 주기 때문입니다.)

 

이게 왜 재미있느냐. 바로 AMD의 최신 GPU 베가 역시 똑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HBM2 고대역 캐시(HBC)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기서 인텔과 AMD 양사의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베가 아키텍처가 포커스를 맞춘 지점이 어디인지도 엿볼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