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애플

 

아이폰 8 출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애플 워치 시리즈 3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인데요, 아쉬운 점은 통신사와의 협의 문제로 셀룰러 모델을 제외한 GPS 모델만이 출시된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셀룰러 버전만 존재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과 에디션 모델은 출시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오직 알루미늄 모델 뿐이죠.

 

 

필자는 애플 워치 시리즈 3 알루미늄 42mm 모델을 1주일정도 사용했고, 짤막한 사용기를 쓰기에 충분한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추후 셀룰러 버전이 출시되면, 반드시 셀룰러와 애플 워치의 조합이 어떤 사용자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짚어드리는 글을 쓰겠노라 약속드리며, 애플 워치 시리즈 3를 한 번 살펴봅시다.

 

무엇이 달라졌나

 

 

애플 워치는 최초로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거의 똑같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제품 넘버링인 애플 워치 2, 애플 워치 3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애플 워치 시리즈 2, 애플 워치 시리즈 3와 같은 넘버링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으로 보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달리 애플 워치는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이고, 사람들에게 애플 워치의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키기에는 훌륭한 정책입니다. 그리고 애플 워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쉽게 교환 가능한 줄 때문에라도 이 디자인을 쉽게 버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요? 먼저 가장 와닿는 변화는 더 강력해진 성능입니다. 애플 워치 시리즈 3는 S3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는데요, S3 칩은 지난 세대의 S2 칩에 비해 최대 70% 더 높아진 성능을 제공합니다. 애플 워치 시리즈 3의 경우 초기 상태로 설정을 마치면 기본 설정으로 watchOS 4에서 추가된 만화경 페이스를 띄워주는데요,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그 움직임에 맞춰 만화경의 문양이 바뀝니다. 애플 워치 시리즈 2와 애플 워치 시리즈 3에서 이 만화경을 같이 굴려보면 애플 워치 시리즈 3에서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곳 뿐만 아니라 앱 실행 등 대부분의 동작이 훨씬 빨라졌습니다. 특히 포켓몬고와 같이 무거운 앱의 경우 차이가 와닿을 정도로 큽니다. 성능의 강화는 대부분의 경우에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앱을 실행시키고 한세월을 기다려야 해서 활용성이 떨어졌던 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음 변화는 고도계의 추가입니다. 이는 애플 워치 시리즈 2에서 독자적인 GPS를 넣은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GPS, 고도계 등의 센서는 모두 아이폰에 이미 달려있는 것으로, 아이폰과 함께 있을 때는 크게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폰과 떨어져 있는 경우 이들의 능력이 발휘되지요. 애플 워치 시리즈 2의 경우 수영을 보장하는 방수를 추가함으로써, 아이폰과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애플 워치에 GPS가 달려있다면 실외 수영시 아이폰 없이도 좀 더 정확한 수영 거리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애플 워치 시리즈 3의 꿈은 더 원대했습니다. 셀룰러 연결로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 적어도 운동 상황에서만큼은 아이폰을 휴대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을 의도했을 겁니다. 이렇게 운동 상황에서 아이폰이 떨어져 있는 것을 상정했기 때문에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고도계 역시 추가하여 이동 거리 뿐 아니라 오르내린 정도까지를 측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지금 당장은 셀룰러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애플 워치 시리즈 3를 가질 수 없습니다. 방해받지 않는 운동이라는 컨셉을 잡고 에어팟을 귀에 꽂고 애플 워치 시리즈 3와 함께 운동을 나간다면, 새로 추가된 고도계를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심하게 말을 했지만 실제로 급한 연락을 받을 게 없다면 아이폰 8 플러스를 거추장스럽게 들고 갈 필요 없이 가볍게 운동을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watchOS 4에서는 애플뮤직을 사용할 경우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들을 알아서 워치에 저장해 두기 때문에 아이폰 없이도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과의 동기화 없이도 애플 뮤직에서 음악을 바로 스트리밍해 재생할 수 있는 셀룰러 워치에 대한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꼽아볼 변화는 W2 칩의 탑재로 강력해진 무선 성능입니다. W2 칩은 에어팟이나 비츠의 제품들에 들어가는 W1 칩과 비슷하게 무선 연결에 이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본적인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칩입니다. 애플에 의하면 덕분에 와이파이 속도가 85% 더 빨라지고, 와이파이, 블루투스 연결에 드는 전력을 애플 워치 시리즈 2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셀룰러가 탑재되지 않은 애플 워치 시리즈 3에서 크게 꼽아볼 수 있는 변경점은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애플 워치 시리즈 3의 가장 큰 변화는 셀룰러의 탑재인데, 이를 제외하고 살펴본 이런 변화들은 1세대 애플 워치에서 애플 워치 시리즈 2로의 이행에서보다 초라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watchOS 4

 

사진 : 애플

 

애플 워치 시리즈 3와 함께 출시된 watchOS 4는 애플 워치 시리즈 3 경험의 핵심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능들은 애플 워치 시리즈 2와 동일하고, 1세대 애플 워치의 경우 일부 기능들이 제외되었습니다. 애플 워치 시리즈 3의 사용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watchOS 4의 큰 특징들을 간략하게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watchOS 4의 핵심은 더 똑똑하고 개인화된 소프트웨어 추천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시리 워치페이스입니다. 시리 워치페이스는 시리를 바로 불러낼 수 있는 버튼과 날짜, 시계와 함께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하단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사용자화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시리를 불러낼 수 있는 버튼과 날짜를 나타내는 부분으로, 이 워치페이스의 핵심은 하단의 유동적으로 변하는 영역입니다.

 

이 영역에는 사용자가 다음에 어떤 정보가 필요할지를 유추하여 그 정보를 띄워놓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캘린더 일정이 있다면 해당 일정을 띄워주고, 아침 시간에는 오늘의 날씨를 브리핑 해 주는 등으로 동작하죠. 활동 코칭 역시 좀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용자의 이전 기록들과 비교하면서 사용자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라고 권유합니다. 매 달 지난 달의 운동 기록들을 보고 월별 도전 목표를 지정해 주는 방식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강화시키고, 하루가 끝나기 얼마 전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시작하면 오늘 활동 링을 완성할 수 있다는 알림을 준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를 좀 더 움직이게 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아, 방금 애플 워치가 어서 수면을 취하라고 손목을 두드립니다. 누구때문에 못 자는지는 모르는 걸 보니 아직 완전 똑똑하다고는 말 못하겠네요(아무말).

 

 

시리 워치페이스와 위에서 말한 만화경 워치페이스와 함께 토이스토리 워치 페이스 역시 추가되었습니다. 워치 페이스를 들 때마다 다른 캐릭터들이 재미난 동작을 보여줍니다. 미키, 미니 워치페이스를 즐겨쓰시던 분들에게는 분명히 중요한 업데이트겠죠.

 

사진 : 애플

 

watchOS 4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능은 심박에 관련된 기능입니다. 기존의 현재 심박을 재주는 기능에 더해 휴식기 심박, 걷을 때의 심박, 운동 후 회복시의 심박 등 상황에 맞춰 심박을 각각 기록해줍니다. 이 때 걷기 등의 동작은 별도로 운동 앱에서 걷기 운동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사용자가 걷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심박을 기록합니다. 특히 사용자가 별다른 동작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심박수가 지정된 수치를 넘어가면 사용자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 역시 흥미롭습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짝사랑하는 사람을 봤다거나 시험을 보는 중이라거나(feat. 쿠도군님) 하는 경우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겠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라면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 : 애플

 

그 외에도 디지털 크라운으로 굴리는 데 최적화된 형태의 멀티태스킹 창, 음악 앱 등의 UI 요소 변경도 특기할만한 부분입니다.

 

새로운 시곗줄

 

 

애플 워치의 디자인에서 시곗줄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시곗줄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고 본체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새로운 디자인의 시곗줄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에 변화를 줍니다.

 

 

에르메스, 나이키와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이들과 새로운 시곗줄을 출시하는 한편 직접 디자인한 시곗줄을 출시하는 것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스포츠 루프는 신축성있고 부들부들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손목에 둘렀을 때 느낌이 좋은 편입니다. 밀레니즈 루프같이 금속 시곗줄은 아침에 찰 경우 차가운 느낌에 움찔하게 되는데, 스포츠 루프는 적어도 그럴 걱정은 없죠. 시곗줄의 고정은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 방식으로 이루어져 미리 구멍이 뚫려있는 시곗줄들에 비해 길이 조절의 자유도가 높습니다. 거기에 더해 늘어나는 재질인지라 착용감 역시 상당히 편합니다.

 

그 외에도 기존에 있던 시곗줄에 색상이 추가되는 등의 소소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분을 내고 싶다면 굳이 새 워치를 살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시곗줄을 하나 구매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총평

 

셀룰러가 없는 애플 워치 시리즈 3가 주는 사용자 경험은 애플 워치 시리즈 2가 줄 수 있는 사용자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분명 S3 칩으로 더 빨라진 속도는 앱의 활용도를 높여줘서 결과적으로 워치의 활용도를 높여줍니다. 또, W2 칩은 분명히 더 오래가는 배터리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런 부분들은 사용자 경험에서 중요한 요소들이고, 이들이 향상된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워치 시리즈 3는 시리즈 2에서 보여주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는 애플 워치 시리즈 2와의 비교이며, 최초의 1세대 애플 워치와 애플 워치 시리즈 3를 비교한다면 조금 더 명확한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watchOS 4의 심박 기능은 애플 워치 시리즈 3에서 모든 시나리오의 트래킹을 지원하고, 1세대 애플 워치에서는 거의 기능들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 칩의 속도 차이도 상당한 수준이라 여기서 오는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애플 워치 시리즈 2에서 추가되었던 강력한 방수와 GPS 역시 최초의 애플 워치에는 빠져 있으니까요.

 

만약 지금 시점에서 애플 워치 알루미늄 모델을 새로 구매할 생각이 있거나, 1세대 애플 워치 스포츠 모델을 쓰면서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분들에게 애플 워치 시리즈 3는 분명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애플 워치 시리즈 3는 애플 워치 시리즈 1이나 시리즈 2 사용자들에게는 그 매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셀룰러 연결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도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셀룰러 연결을 지원하는 애플 워치 시리즈 3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애플 워치 시리즈 3 간단 사용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