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이븐 릿지의 내장 GPU, 과거와 비교하면?
Zen 아키텍처가 적용된 첫 번째 APU <레이븐 릿지>가 지난주 발표됨에 따라 그 내장 GPU인 라데온 RX 베가 11 / 베가 8도 덩달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라데온 RX 베가 11 / 베가 8은 이름이 의미하듯 라데온 테크놀러지 그룹 사업부의 최신 GPU 아키텍처 <베가>가 적용된 첫 번째 내장 GPU 솔루션으로, CPU 성능이 경쟁사에 크게 뒤처지던 'Zen 이전 시기', 즉 불도저 아키텍처가 적용되었던 동안에도 유일하게 내장 GPU 성능만큼은 경쟁사를 앞섰던 과거의 AMD APU보다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원을 갖추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미지 출처 : [카드뉴스] BATTLEFRONT : 뒤늦게 APU 시장에 상륙한 레이븐 릿지)
레이븐 릿지에 기반한 라이젠 5 2400G의 내장 GPU 연산성능은 카베리의 2.4배 수준. 이미 동등한 'APU' 라는 이름 아래 묶기 어려울 만큼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사실 APU라는 장르 자체가 그랬습니다. 이쯤에서 나올법한 의문이 있겠는데요, 과연 한때를 풍미했던 과거의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면 오늘날의 APU는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는 것일까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TechPowerUp)
라이젠 5 2400G의 내장 GPU, 라데온 RX 베가 11은 라데온 HD 4870보다 4%p 빠르며 지포스 GTX 275, 280과는 불과 2%p 차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당시의 위상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실 것 같네요. 심지어 이들보다 한 세대 뒤 제품으로 전성비 모두 극찬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라데온 HD 5850 역시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내장 GPU보다 겨우 1.2배 높은 성능일 뿐입니다. 반면 소비전력은 1/10 이하로 줄었습니다.
한편, 라이젠 3 2200G는 2400G와 동일하게 레이븐 릿지에 기반하고 있으나 CPU의 동시 멀티스레딩 기술, 내장 GPU의 유닛이 일부 비활성화되어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4코어 8스레드를 지원하는 2400G와 달리 4코어 4스레드만을 지원하며, 내장 GPU인 라데온 베가 8의 연산유닛 개수 역시 라데온 RX 베가 11의 73%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미지 출처 : TechPowerUp)
물론, 그렇더라도 이전까지의 모든 자사 APU 및 현존하는 경쟁사 내장 GPU보다 성능이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앞서 그래프로 살펴본 나타난 테크파워업의 자료에 따르면, 라데온 베가 8의 성능은 라데온 HD 4870과 완전히 동급이며 5770 / 지포스 GTX 260보다는 각각 2%p / 1%p 더 높습니다. 라데온 HD 5830와 비교하더라도 불과 8%p 낮은 성능일 뿐입니다.
당시의 추억을 좀더 디테일하게 되새겨 보면, 오늘날의 라데온 RX 베가 11 / 베가 8과 각각 정확히 매치되는 지포스 GTX 280(275) / 260는 출시 당시 무려 649 / 399달러에 달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당시의 플래그십 그래픽카드가 1/10 이하의 소비전력으로 CPU 내부에 통합되며 사실상 '공짜 점심' (free lunch) 이 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차세대 그래픽카드' 이던) 라데온 HD 5000 시리즈의 출시를 고대하며, 하이엔드 라인업의 막내 격인 HD 5830이 GTX 275급의 성능을 300달러 밑으로 떨어뜨려 주기만을 간절히 바랬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만큼 당시 로망으로 여겨지던 성능이 이제 내장 GPU 레벨에서 구현가능하다는 점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개최되었던 런칭 파티에서도 내장 GPU의 성능은 대단히 강조되었습니다.
(GTA V,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Titanfall 2,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Project CARS 2,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Skyrim,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Overwatch,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Warframe,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Battlefield 1,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Destiny 2, 라이젠 5 2400G (좌) / 코어 i5-8400 (우))
물론, 내장 GPU는 '모든'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는 아닙니다.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실탄이 충분한 이들이라면, 굳이 필요치 않은 내장 GPU를 '돈 내고 산다'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전 세대까지의 APU에는 그런 찝찝함이 존재했습니다. 내장 GPU 없는 '순수한 CPU' 애슬론이 존재하면서, 그와 거의 같은 CPU 성능을 갖는 APU들이 일제히 조금씩 비싼 가격으로 매겨져 '내장 GPU 프리미엄'을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레이븐 릿지는 매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취해 과거의 '내장 GPU 프리미엄'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만 합니다. 단적으로, 레이븐 릿지와 거의 엇비슷한 CPU 성능을 보여 라인업상 바통터치를 한 것으로 여겨지는 라이젠 5 1400 / 3 1200은 내장 GPU가 없는 '서밋 릿지' 기반입니다. 반면 이들에게 내장 GPU를 '추가하고도' 라이젠 5 2400G / 2200G의 가격은 전임자와 같거나 오히려 더 저렴해지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라이젠 3 2200G의 가격은 99달러로, 전임자이자 내장 GPU가 없는 라이젠 3 1200보다 10달러 저렴해진 것은 물론, 경쟁사의 어떤 CPU+그래픽카드 조합으로도 같은 가격 & 같은 성능을 달성할 수 없는 맹점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우선 CPU(APU) 자체의 가격만 놓고 비교해 볼 때 2200G와 직접 경쟁할 것으로 여겨지는 제품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 펜티엄 G4620 (93달러) / 코어 i3-7100/8100 (각각 117달러)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텔의 내장 GPU 솔루션인 (U)HD 630의 성능이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므로 종합적인 시스템 성능의 측면에서 2200G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별도의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 1030을 추가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비교대상으로 나열한 것은 둘째치고 (인텔의 가장 저렴한 데스크탑 CPU인) 42달러짜리 셀러론 G3930과 조합하더라도 99달러를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한 체급 위의 라이젠 5 2400G 역시 마찬가지로 스윗 스팟을 저격하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의 가격은 169달러로, 직접 경쟁하는 제품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 코어 i3-8350K (168달러) / 코어 i5-7400/8400 (각각 182달러)
이들 역시 내장 GPU 성능의 제약으로 인해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는 2400G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별도로 구매 가능한 가장 저렴한 그래픽카드 (GT 1030) 를 더하고도 2400G의 가격을 초과하지 않으려면 CPU의 체급을 펜티엄 G4560 (2코어 4스레드) 정도로까지 낮추어야 하는데, 이떄는 거꾸로 CPU 성능이 4코어 8스레드인 2400G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지게 되어 종합 성능이 2400G를 넘어서지 못하게 됩니다. Again, 스윗 스팟을 직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내장 GPU의 3D 성능이 중요하지 않은 환경이라면 동일한 가격의 AMD APU <-> 인텔 CPU를 비교했을 때 후자의 순수 CPU 성능이 높으므로 그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겠습니다. 여기엔 한가지 단서가 더 있는데, '게임은 즐기지 않더라도 동영상 시청 등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사용된다면' 여전히 내장 GPU의 덕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플루이드 모션' 기술을 지원하는 라데온 계열 내장 GPU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역시 지난주의 런칭 파티에서 강조되었던 바 있습니다.
(Witcher 3, 플루이드 모션 미적용시 (좌) / 적용시 (우))
(하울의 움직이는 성, 플루이드 모션 미적용시 (좌) / 적용시 (우))
(Transformer 4, 플루이드 모션 미적용시 (좌) / 적용시 (우))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레이븐 릿지가 모든 라인업에 걸쳐 우위를 확보한다거나, 모든 용도에 대해 최적의 솔루션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앞서 그래프를 통해 보았듯 레이븐 릿지가 강점을 갖는 부분은 '종합적인 측면' - 즉 '어느 정도'의 컴퓨팅과 '어느 정도'의 생산성, '어느 정도'의 그래픽 성능 등이 적당히 버무려진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라데온 테크놀러지 그룹과 인텔이 본격적으로 합작한 <카비레이크-G> 시리즈는, 비록 모바일에만 투입되지만 상징적인 '최고 성능 내장 GPU' 타이틀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지만, 거꾸로 '모난 데 없는 올라운드형 APU' 이기에 레이븐 릿지가 갖는 장점 역시 분명합니다. 용도나 주 워크로드 구성이 불분명할 때 여러 조합을 두고 골머리를 썩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빌더 (판매업체) 들에게도 이러한 장점이 어필할 수 있으리라 전망되는데, 예컨대 200달러의 예산이 주어졌을 때 펜티엄과 GTX 1050 / 코어 i3과 GT 1030을 구매하는 양 갈래의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고 둘의 성능특성이 퍽 달라 고민케 하지만, 라이젠 3 2200G 하나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적어도 둘의 중간쯤 가는 성능특성은 획득할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여전히 100달러가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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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