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의 세부 작동 원리
* 저는 과학 배운지 10년이 넘었고, 전자기학을 전공하지 않은 문과입니다. 적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
정전용량(축전식) 무접점 키보드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아보려고 하면 한국어론 제대로 설명이 된 곳이 없습니다. (전기적) 접점이 있는 멤브레인, 기계식 키보드 등은 직관적으로 스위치로 전류를 통하게 하고, 통하지 않게해서 동작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는 도대체 뭔지 감조차도 안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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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꺼라위키에서는 뇌피셜로 잘못된 정보까지 기록되어 있었으니 더더욱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저도 모델 F 글을 쓸 때 까지도 오해하고 있던 부분이 있었고, 이제서야 어느 정도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꺼라위키의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 항목은 토프레와 그 유사 방식만 기술되어 있습니다.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에는 토프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감지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토프레(1984년 특허, 링크) 보다도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쓰인 정전용량 키보드가 있었고 (유니박, 1970년 특허, 링크), 같은 감지 방식으론 IBM 빔 스프링 (1971년 특허, 링크)이 있었으니 토프레가 원조가 아닙니다. 심지어는 IBM RT(1986) 워크스테이션에서 쓰였던 키보드는(링크)는 폼 앤 포일 스위치지만 토프레와 보드 레이아웃이나 러버돔이 아주 유사해 Proto-Topre로 불리기까지 합니다. 현재는 소규모 공동 제작(링크) 외에는 IBM 최후의 정전용량 키보드인 IBM 모델 F조차도 명맥이 끊겼고, 대량생산되는 정전용량 키보드는 토프레와 그 유사 키보드니 대표성은 갖고 있다곤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는 일본어 静電容量無接点方式キーボード를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애초에 커패시턴스를 의미하는 정전용량(전기용량)이 생소해서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키보드의 스위치를 일컫는 영칭이 동작원리는 더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칭으론 Electrostatic Capacitive Switch 이며 정전기적 축전식 스위치 정도로 옮길 수 있습니다. 앞의 정전기적이라는 의미는 전기장의 영향하에서의 정전용량 변화로 설명이 가능하며, 뒤의 축전식은 커패시터(축전기)의 성질을 이용했다는 의미입니다.
정전용량의 작동 원리
*아래의 내용은 IBM 빔스프링/모델F 키보드의 컨트롤러를 역설계한 Xwhatsit(Tom Wong-Cornall)의 정보(링크)이며, 토프레가 같은 방식이라는 것은 PFU 해피해킹 키보드의 컨트롤러를 역설계한 Hasu(若生淳, Wako Jun)(링크)의 분석에 기반했습니다.
커패시터는 재밌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류 전원을 연결하면 유전체의 극단을 따라 양전하와 음전하가 분리되어 극성이 생기고 여기서 생긴 전위차에 의해 전압이 걸려 전기가 통합니다. 그러나 직류 전원의 전압과 같아지는 순간이 전하는 움직이지 못하는 균형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유전체를 가까이 대면 쿨롱의 법칙에 따라 더 많은 전하가 커패시터로 들어올 수 있어서 전위가 더 증가합니다. 정전용량 키보드에서는 그 추가적인 유전체가 그냥 포일일수도 (폼 앤 포일), 탄소를 첨가한 플라스틱 덮개일수도 (IBM), 콘 모양 코일 스프링일수도(토프레)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이들은 전위=정전용량, 전기용량, 커패시턴스를 증가시키는 용도로 씁니다.
(출처/자세한 설명 링크)
직류에서 커패시터가 완충이 되면 전원과의 전위차가 없어져 전압은 사라지지고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커패시터의 전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원의 전압을 낮추거나 연결을 끄면 다시 전위차가 생겨 전압이 걸리고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 때 전위가 사라지며 커패시터는 방전이 됩니다. 그래서 극성이 바뀌지 않는 직류더라도 전압의 변화가 있는 펄스 직류를 흘려보내면 커패시터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전류를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붉은색 전압의 펄스 직류를 커패시터와 저항을 지나게 하면 커패시터에 전압이 녹색으로 걸립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전체가 가까이 다가가면 전위가 늘어나므로 전위차도 커지게 되고 전압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같은 펄스 직류(붉은색)를 흘려보내도 키보드의 스위치를 눌렀을 때 커패시터 양단전압은 늘 더 크고(녹색), 뗐을 때 양단전압은 늘 작습니다. (파란색) 이 전압차를 감지하는 것이 토프레와 IBM의 방식입니다.
예를들어 Xwhatsit은 이 on/off 전압차를 LM339 비교기를 사용해 감지하도록 설계했고, 그것이 바로 위의 회로입니다.
무접점
이러한 복잡한 방식이 저 오래전부터 쓰인 이윤 간단합니다. 접점이 있는 복잡한 구조의 기계식 스위치나 대단히 빈약한 구조인 멤브레인보다 작동 신뢰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믿을 수 없는 스위치를 쓰느니 확실하게 입력이 감지가 되야 한다면 이 방식을 썼을 겁니다. 지금이야 저 둘 다 신뢰성에 문제가 없을정도로 정교하게 대량 생산이 됩니다만 옛날에는 더더욱 그러했겠죠.
(출처 링크)
전기적 접점이 없다는 것은 부수적인 장점으로 무한 동시 입력(NKRO)이 다이오드 없이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약간 오해한 부분인데 커패시터가 전류를 흐르지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비교기를 거쳐 나오는 간접적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림처럼 접점이 있는 경우 다이오드가 없으면 (R2, C2), (Rm,C1), (Rm,C2)가 눌려졌더라도 붉은색 방향의 전류 때문에 (R2, C1)도 눌러지는 고스팅이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다이오드가 없는 유접점 키보드는 3키 이상 누를 수 없는 2KRO 제약이 있습니다.
결론
그래서 결과만 간단히 한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정전용량 키보드는 On/Off 상태의 정전용량 차이 때문에 생기는 전압 차이를 감지해서 작동합니다.
잼아저씨's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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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전용량 무접점 입문으로 저렴하게 한성 GTune CHF7 OfficeMaster 50G 과 앱코 HACKER K985P V2 RGB PBT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뿌?는 윤활을 해야 한다고 해서보니 크라이톡스 윤활유 구하기도 애매한데다가 브랜드 고르는 것은 더 애매하네요.
디자인은 오피스마스터 화이트가 취향인데 마감은 앱코가 좋다고 하니..
한방에 리얼포스로 가라는 말도 있는데 가격도 가격이고 사놓고 정작 취향에 안맞을까봐 여러모로 고민입니다. ㅎㅎ
노뿌는 실리콘 돔 시트라 저렴한 수퍼루브로 윤활해도 된다고 합니다. 테프론 용매가 토프레의 EPDM을 녹이기 때문에 아주 화학적으로 안정한 플루오린 기반의 크라이톡스를 윤활용으로 써야한다고 하죠. 크라이톡스는 구하시려면 키보드 커뮤니티에서 몇 분이 팔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뿌 키보드는 노뿌가 만드는 오리지널 NIZ (宁芝,Plum)가 폼팩터도 다양하고 가성비도 가장 나은 거 같더군요.
리얼포스는 좋은 키보드입니다. 현대에 유일하게 키감 때문에 구입하는 기성품 고급 키보드라고 평가할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오버 프라이스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언젠가 한 번 리뷰를 해야되겠는데 돈과 시간이 없네요.
저도 타건해보니 무접점이 제일 끌리긴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예전 한성 무접점을 쓰고는 있는데 키압이 높아서 손가락에 무리가 갑니다. 75G...
결국 무접점은 나중에 여유가 좀 되면 리얼포스로 가야겠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