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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청축 키보드 제작기

잼아저씨   |   조회 수: 1,464   |   추천 수: 10    작성 일: 2017.09.22 22:54 (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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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s Electric 1960-1980s.jpg

 

(アルプス電気, Alps Electric 로고 -1980s)

 

알프스는 키보드 시장에서 80-90년대 최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애플 매킨토시의 번들 키보드(Macintosh II - Power Macintosh) 도 알프스가 제작했으며, 일부 IBM PC의 하청을 받아 키보드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의 대중화가 되고, 원가 절감 압박에 시달려 생산하는 스위치의 품질이 점점 떨어지더니 결국에는 00년 완전하게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물론 전자부품 회사로서 사업상의 선택을 한 것이기에 왈가왈부할 계제는 못 됩니다만 매니아로서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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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역사상 가장 무겁고 크면서 최고의 키감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Apple Extended Keyboard M0115, 알프스 오렌지축, 알프스 리니어 래칭락 c.1987-1990)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열광이 다시 시작되고 나서 알프스는 재조명을 받게 됩니다. 범 체리 MX계열 스위치와는 확실하게 다른 느낌을 줄 뿐더러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스위치와 세대를 가지고 있어 탐구하기 좋은 소재이기도 하니까요. 특히나 오리지널 알프스인 SKCM/SKCL 시리즈, 그 중에서도 초창기 스위치들은 돈X랄에 가까운 설계와 제작 퀄리티를 갖고 있어 꽤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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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 PC-8801 MkII.SR 키보드, 알프스 청축, 알프스 클릭 래칭락, c.1985-86)

 

특히 알프스 청축(Alps SKCMAG, 1985-1988)은 숫자가 매우 적은 터라 매우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당장에 활용하기 힘든 오래된 일본 독자규격 키보드를 그나마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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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기 알프스에는 상단부에 마킹이 없고 하단부에만 알프스 마킹이 있었으나, 유사축의 범람으로 상단에도 마킹을 하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92키로 구성된 키보드였으나 2개 스위치가 부러져 있어서 청축 88개+가나락, 캡스락용 래칭락 2키를 디솔더해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했던 텐키레스(87키)를 만들기에는 좀 타이트하지만 가능한 숫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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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플레이트와 택타일 리프, 스위치 플레이트는 혼자 6개 부품으로 SKCL/M의 핵심 돈X랄이자 세밀한 키감 차이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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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플레이트 뒷면에는 안쪽으로 오목한 접점이 있으며, 클릭 알프스의 클릭 리프는 스위치 벽면을 때리는 힘을 집중시키도록 돌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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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하우징 안쪽으로 슬라이더를 감싸는 형태의 스위치 플레이트와 클릭 리프, 바닥의 코일 스프링이 보입니다. 청축 슬라이더에는 건식 윤활이 되어 있습니다.)

 

 

알프스 청축은 알프스 클릭을 정립한 키 스위치로, 슬라이더 안에 슬라이더가 또 있어 소리를 내는 체리 방식과는 달리 클릭 리프(판 스프링)가 스위치 벽면을 때리면서 소리를 냅니다. 가볍고 여러 피치가 섞인 체리와는 달리 무겁고 상당히 깔끔한 소리가 납니다. 더불어 클릭 리프의 돌기가 구분감(Tactile feedback)을 내는데, 일반적으로 체리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고 집중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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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키보드 컨트롤러를 만들었는데, 윈키리스의 u.con을 사용했습니다. 윈키리스 부트매퍼를 사용하면 상당히 강력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할 뿐더러, 알프스용으로 나와 있는 키보드들이 퀄리티가 애매하거나 조금 가격이 세서 선택했습니다. 다만 유컨을 쓰려면 키보드의 A-Z 까지 다 만들어야 하기에 아주 노동 강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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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T SUS304 보강판을 Plate builder (링크)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 직접 그려서 주문제작했으며, 플레이트를 받칠 수 있는 형태의 알루미늄 하우징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했습니다. 하우징에 애매하게 오차가 있어서 보강판이 아주 깔끔하게 결합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체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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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끔찍한 핸드 와이어링.... 1N4148 스위칭 다이오드와 24AWG 전선으로 매트릭스를 엮었습니다. 방법은 윈키리스 주인장 아저씨와 데스크소리티의 matt3o(링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친절하신 윈키리스 아조시랑 물 건너 매토 아조시에게 특별히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의 멍청함으로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나, 그래도 전부 제대로 잘 동작해서 매핑까지 다 마칠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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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PC-8801 Mk.II SR의 키캡이 염료 승화 (는 무조건 PBT) 였던지라 아까워서 그나마 비슷비슷한 Tai-Hao 제 빈티지 형 키캡을 골라서 알파뉴메릭 열은 원래의 키캡을, 나머지에는 Tai-Hao 키캡을 썼습니다. 색깔이 카페라떼색과 벽돌색의 중간이라 안 어울리는 거 같아 그냥 타이하오 키캡 그대로 쓸까도 고민중입니다. 시그니처 플라스틱에서 DSA 염료 승화 알프스 키캡도 만들지만 워낙 비싸고 품절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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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빌라이저 와이어를 직접 플라이어로 구부려 가며 만들고, 글루건의 도움을 받아 결국 완성했습니다. 

 

물론 숭배받는 스위치를 쓴다는 것은 편향된 평가를 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귀한 걸... 좋아야 해" 하는 그 마인드 때문이겠죠. 그러나 냉정히 평가하자면 막 좋은 건 아닙니다. 많은 부품으로 인해 오염에 아주 취약하며, 굉장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키캡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알프스 특유의 강력한 구분감은 매력이기도 하지만 피곤한 타건감을 주기도 합니다. 허나 이미 체리계열은 거의 다 다뤄봐서 심심해진 매니아들에게 그나마 가장 어필할 수 있는 키보드는 알프스 외에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커스텀 키보드도 이제 거의 끝장을 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상 알루미늄 어노다이징 빼고 거의 제가 다 한 셈이니까요. 그래도 키보드 만드는 건 제겐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댓글 4

iMola

1년 전

와 대박이다 ㅋㅋㅋㅋ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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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아저씨

1년 전

저렇게 생겼는데 잘 작동하는 데서 스스로도 신기함을 느끼고 있네요 ㅋㅋ

댓글

Profile

잼아저씨

1년 전

2017-09-26 (1).png

 

사실 원래 아주 긴 글을 쓰려고 했는데 힘들어서 + 여긴 키보드 커뮤니티가 아니라 포기 ㅋㅋㅋ

댓글

iMola

1년 전

ㅋㅋㅋㅋㅋ 쓰셔도 좋은데... 메인으로 올려드릴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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