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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구조해온 아기고양이 여섯 쌍둥이

Dr.Lee | 조회 352 | 추천 16 | 2017.07.09. 03:55 http://drmola.com/bbs_free/210241

시간을 두달 반쯤 거슬러 4월 중순. 친구의 직장(=강남소방서)으로 어른 고양이가 태어난지 일주일쯤으로 추정되는 새끼고양이 여섯마리를 차례차례 물어다 놓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는 이틀 후 퇴근하는 길에 여섯 쌍둥이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기나긴 육아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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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질꼬질하고 아직 물로 씻길 수도 없는 새끼들... 인간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는 (흔히 '자아가 생긴다' 고 표현하더군요) 시기조차 아직 되지 않은 아가 떄는 움직이는 큰 동물을 무조건 졸졸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어미를 쫓아다녀야만 생존할 수 있는 본능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겠죠. 저를 보자마자 꼬물꼬물 달려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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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은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저체온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초여름에 보일러를 틀어 놓느라 정작 사람인 제가 죽을 맛이었지만 어쨌든 이쪽은 '죽을 만큼 덥다'는 엄살이고 저쪽은 정말 생명이 오갈 수 있는 문제이니... 그걸로도 부족해 생수통을 전자레인지에 1분씩 데워 '대용 엄마'를 만들어 둥지에 넣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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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괴로워... 아직 밥상 예절을 못 배운 애들이라 밥그릇을 밟고, 그 발로 다시 방 안을 휘젓고 다니고... 한번 급식하고 나면 물티슈로 발을 깨끗이 닦아 잠시 다른 방에 격리해둔 후 고양이 방을 완전히 걸레질해야 하는 순서가 뒤따라왔습니다. 아참, 밥은 3시간마다 한번씩 어김없이 급식해야 합니다. 첫날은 위 사진처럼 캔사료를 고양이용 분유에 개어 먹였지만 이날 새벽 검은 녀석이 설사를 시작해 세시간 쪽잠마저 반납해야 했습니다. 영아 설사는 치명적이라고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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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둥지를 치우고 제가 고양이방에 상주하며 지켜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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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품에 올려놓고 함께 잠들었습니다.

 

다행히 설사증상을 보이던 녀석은 첫날 밤에 죽지 않았습니다. 대신 고양이 사료 급식이 아직 이르다는 판단 하에 완전 FM 육아모드로 전환했습니다. 젖병으로 분유를 급식하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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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꼬질꼬질... 뜨뜻하고 끈적끈적한 새끼고양이의 감촉. 분뇨 냄새와 고소하면서도 비릿한 분유 냄새가 뒤섞여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냄새를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좋은 집으로 입양보낼 수 있을 정도로 클 때까지 아가들을 한 마리도 죽지 않게 키워야겠단 일념으로 한달을 보냈습니다. ......만, 그건 아직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일단 여기서 보여드리는 사진은 첫 일주일 이내의 개고생 흔적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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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일까요. 어디서 배우지도 못했을 텐데 젖병을 든 손을 양 앞발로 붙들고 매달리는 모습은 애처로우면서도 귀엽고, 뭉클했습니다. 한 끼에 20ml씩을 먹여야 한다는 동물병원의 가이드, 전문 블로그의 정보들은 오히려 초보 고양이 보모인 제 판단을 너무 어렵게 했습니다. 얘들 한참 먹인 것 같은데 20ml엔 한참 모자라는데...? 억지로라도 더 먹여야 하나...? 혹시 영양실조로 죽는 건 아닐까...?

 

고양이의 목숨과 결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사람을 처음 키우게 되는 초보 부모들도 이와 같은 어려움에 자주 봉착하겠죠. 처음으로 거기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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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제법 고양이다운 형상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를 엄마로 여기고, 제가 방에 엎드려 있으면 꼬물꼬물 제 가슴을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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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을 재워 놓고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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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다가 한 녀석에게 걸렸습니다!

 

"엄마,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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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녀석은 유난히 저를 잘 따랐습니다. 푹신한 제 배 위에서도 잘 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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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바닥 위에서도 잘 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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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면 사이클이 아닌 시각에도 눈을 가려 어둡게 해 주면 금방 잠들었죠.

 

이렇게 한달을 보내고, 정말 믿기 어렵게도 이 녀석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두 캣초딩으로 진화해 좋은 주인님들을 만나 입양가게 되었습니다. 입양을 보내곤 한동안은 새 주인들의 트위터를 멍하게 하루종일 보곤 했는데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나 무뎌진 것 같네요...... 는 개뿔. 오랜만에 사진 정리하다 보니 눈물날 것 같네요.ㅜㅜ

 

이 녀석들아. 늬들 엄마가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 된 너네를 버려놓고 간 걸 내가 밤낮없이 먹이고 씻어 키웠다. 자아가 생길 무렵 새 주인에게 떠났으니 우연히 다시 보더라도 난 기억 못하겠지. 지금 함께 사는 주인님께 오래오래 사랑받으며 지내렴.

 

뭔가 급 마무리지만(...) 첨부파일 용량이 너무 커진 것 같아 여기서 끊습니다. 다음 편엔 이 녀석들의 입양 직전 모습 -그루밍을 하게 되어 뽀송뽀송하고 예뻐진 모습- 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

.

 

마지막 보너스. 아래 사진은 가장 몸이 약해 저를 걱정하게 했던 검은 녀석입니다. 어차피 입양 보낼 아이들인데 이름붙여 주면 정들어서 나중에 보내기 힘들 거라는 조언을 들어, 지금까지 본 아이들은 제대로 이름지은 적 없이 "아가야-" / "애기들-" 등으로 불렀지요.

 

그래도 이 녀석은 과연 입양이나 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었고 (설사 이후엔 (초여름 + 물통 엄마 + 보일러까지 돌렸는데!) 덜덜 떨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검은색이고 수컷이니 검돌이(...) 라고 대충 불렀지만 여튼 이름이 있는 아이. 물론 새 주인은 모르죠. 지금은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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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질꼬질한 녀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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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양이 구실 하게(...) 이만큼 키웠습니다! 만세!

 

다른 형제들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입양처를 찾는 데 성공해 지금은 부잣집에서(...) 행복하게 길러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하나둘 떠나갈 때 허전한 마음도 이 녀석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 주어 그나마 연착륙시킬 수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먼 훗날 죽어 무언가로 다시 환생하거든 꼭 보은하러 와 주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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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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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EZN6 2017.07.09 09:16
헉 ㅋㅋㅋㅋㅋ완전 귀요미들이네요 ㅋㅋ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39
하하 조금 큰 뒤의 사진은 더욱 귀엽습니다!! ㅋㅋㅋㅋ
Profile image 주리아이 2017.07.09 09:31
육남매 키우느라 고생많으셨네요
다들 좋은데 입양갔으니 행복하게 잘살겁니다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40
저희가 부자였더라면 여섯마리 모두 끝까지 키우는 건데...ㅠㅠ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40
삶... 은 고양이?!
Profile image 실기 2017.07.09 19:50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20:23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rofile image snake 2017.07.09 13:41
너무귀엽습니다 검은녀석은 그냥 데리고 살지 그러셨어요 ㅠㅠㅠ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42
실은 검은 녀석은 처음 입양간 곳에서 한번 파양되어 돌아왔는데 -_-;;; 첫 입양자의 태도에 할많하않...
어쨌든. 분노했지만 내심 반갑기도 했습니다. (나만한 주인이 없지? ㅜㅜ 이런 묘한 자부심이랄까요)
다행히 지금은 부잣집에 입양가서 원목 캣타워에 누워 지내신다는...
Profile image TundraMC 2017.07.09 15:13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니...

뭐 낳자마자 죽음이라도 예감했던 것일까요...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42
영아유기(...)
아니면 드라마의 흔한 클리셰(딸이 미혼모가 됨 -> 친정어머니가 딸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내다버림) (...)
Profile image resii 2017.07.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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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4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rofile image 최좀비 2017.07.09 15:36
아..마지막에 훈훈 하네요 ㅋ 다들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5:43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 또 같은 일이 생기면 더 잘 돌볼수 있을것 같아요.ㅋㅋ
Profile image LuciDio 2017.07.09 15:51
친구분이 DG님 집으로 아가들을 임시로 보낸거죠?
Profile image Dr.Lee 2017.07.09 16:05
아니요, 동거 중인 친구입니다 ㅋㅋ
Profile image 한입만줘 2017.07.09 19:20
아..정말 대단하시네요...사람애기 키우는거 못지 않았었듯....다들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Profile image 프리맨 2017.07.10 03:32
헉 심쿵! 모두 건강하게 키워서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주셨다니 정말 좋은 일 하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Profile image Warlord 2017.07.10 10:27
고양이는 키우기 시작하면 정말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아직 엄두도 못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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